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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애사 이선미 표절 사건의 결말

이번 『경성애사』 표절 사건은 이선미 작가가 『태백산맥』 해냄 출판사에 “표절 내용 보고서”를 제출하고, 조정래 작가에게 사죄하고, 여우비 출판사는 『경성애사』 전량 폐기를 약속하고, 일간지 광고를 통해 공식 사과하고... 그 대신 조정래 작가와 해냄 출판사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라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모양이다.

* 연합뉴스 :  '커피프린스…' 작가 이선미 표절 공식 사과
* 경향신문 :  ‘경성애사’ 이선미씨 “태백산맥 표절 사과합니다”

그 과정에서 ‘문서 표절 추적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통해 『경성애사』의 표절 대목이 총 아홉 군데임을 밝혀낸 모 교수님이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고...

* 오마이뉴스 : "<경성애사> 총 9군데 표절... 질 안 좋아"

그 교수님이 표절 추적에 사용한 두 소설의 텍스트 파일이 [저작권 침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의견이 이글루 찬별님 블로그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도 비평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며 합법이라고 옹호하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혹자는... 순수문학의 표절은 두루뭉실 넘어가면서, 로맨스 소설의 표절에는 이다지도 집요하게 구는 언론과 누리꾼의 태도가 장르 문학에 대한 폄하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혹자는... 출신 성분이 불순(?)한 이선미 작가가 방송계에서 잘 나가는 것을 시기 질투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일부러 이번 표절 건을 터뜨린 거 아니냐는 억측을 제기했다. 로맨스 소설 팬들의 그러한 반응에 화가 난 MBC 드라마 갤러들이, 애초의 시작은 우리가 아니라 스타 크래프트 게시판이었다, 물타기하지 마라, 라고 항의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관련글]

상당수 누리꾼들은 “표절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이선미가 표절하는 동안 이명박은 뭐했나?” 라는 식의 무의미한 기사 댓글 놀이를 즐겼고...

이선미 작가와 함께 차기 드라마를 구상중이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피디는 앞으로도 계속 이선미 작가와 작업할 것임을 공언하여 드라마 팬들을 경악시켰고... (올해말쯤 저 드라마가 방송될 때 누리꾼들의 반응이 궁금하구먼.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절건은 까맣게 잊고 환호하려나, 아니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나? 『태왕사신기』의 전례로 보아 하니, 아마도 전자일 듯?)

여하튼 조정래 작가는 깨끗하게 잘못을 시인한 이선미 작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냈으니 됐고, 이선미 작가는 법정까지 가지 않아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드라마 작가 ‘이정아’로서 계속 일하게 됐으니 됐고, 이윤정 피디는 함께 일할 작가를 잃지 않게 됐으니 됐고, 기자들은 한동안 기사 쓸 꺼리가 생겨서 해피했을 것이고, 교수님은 논문 표절 추적 프로그램 홍보를 톡톡히 했으니 해피할 것이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이번 사건은 두루뭉실 일단락. THE END.

그리고 이 총체적인 카오스 앞에서 대충대충 봉합된 결말을 지켜보며, 역시나... 이럴 줄 알았어... 뭔가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내가 바보지, 라고 쓴웃음을 짓고 있는 내가 있고...

아마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천년지애』『발리에서 생긴 일』『무적의 낙하산 요원』 등으로 유명한 ‘동명이인’의 드라마 작가 이선미 씨가 될 듯. 쯧쯧쯧... -_-;

추신. 이번 일을 『슬램덩크』 표절(트레이스) 사건으로 인해 매장당한 『에덴의 꽃』 만화가 스에츠구 유키(末次由紀)에 빗대는 글을 어디선가 봤는데... [관련기사]

(슬램덩크나 에덴의 꽃이나 둘 다 똑같은 성질의 저작권 침해 행위(트레이스)를 범했지만, 슬램덩크의 농구 장면을 갖다 대고 베낀 『에덴의 꽃』 작가는 철저히 매장당했고, NBA 잡지의 농구 장면을 갖다 대고 베낀 『슬램덩크』 작가는 멀쩡하게 넘어가서, 인기 작가는 봐 주고 덜 인기있는 작가는 매장시키는 거냐며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 사건임)

그런데 스에츠구 유키는 완전히 매장당한 게 아니라 작년(2007년)에 활동을 재개해서 이번에 단행본도 냈다. 아직 모르시는 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사족으로.

by 초코미야 | 2008/01/05 08:10 | ■ 서적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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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아까짱 블로그 at 2008/01/06 12:02

제목 : 스에츠구 유키 선생의 복귀
3년 전 슬램덩크 표절 사건으로 만화계에서 매장되다시피 했던 스에츠구 유키 선생의 복귀작 &lt;하루코이&gt;입니다. 이전의 스에츠구 유키의 단행본은 모두 절판되었기 때문에 이 책이 현재로서는 살 수 있는......more

Commented by akachan at 2008/01/05 14:00
츠에츠구 유키의 하루코이는 정말 괜찮은 작품입니다.
사실 당시 사건은 100% 작가의 잘못만도 아니었고, 좀 뭐랄까...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연루되었기 때문이었던 탓이 컸던 거라서... 전 당시 고단샤에서 내놓은 사과문에 작가에게는 당연하게 표기해야 하는 '선생'이라는 표현 대신 '스에츠구 유키 씨'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서 출판사에 크게 실망했었습니다. 뭐 일본인들 특유의 강한자에게 한 없이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 없이 약한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겠지만요.

저도 당시에 뭐라고 좀 써볼까 하다가 관뒀던 것이, 몇 년 전인가 슬램덩크 1억권 돌파를 기념해 이노우에가 주요 일간지에 전부 2페이지짜리 광고를 냈던 뻔한 쇼 비즈니스를 보고 무한 감동하던 사람들에게 딴지 거는 글을 썼다가 오나전 다구리를 당한 후로는 이노타케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하기로 했기에...
Commented by 초코미야 at 2008/01/05 20:27
akachan님/ 하루코이가 12월에 발매되었다고 하는데 벌써 읽어 보셨나 보군요. 저는 아직 안 읽었습니다만, '정말 괜찮은 작품'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매장당하다시피 했던 지난 2년간 좋은 작품을 그리기 위해 절치부심했었나 보네요. 다행한 일입니다. 아픈 체험이 작품을 만들어낼 힘으로 승화된 것일지도...

사실 이번 이선미씨 표절 사건을 지켜보면서도, 이선미씨 개인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고, 작가로서의 자존심에 이미 충분한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인간적인 연민조차 느껴졌죠. 제 관심사는 처음부터 표절한 당사자가 아니라, 그 표절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이었고, 그 결과는 역시나...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지만.

생각해 보면, 표절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딨냐" 하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한국의 상황 못지않게 일본도 불합리하긴 하네요. 표절과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도, 실은 힘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힘없는 자에게는 가차없는 칼날을 들이대는 이중성...
Commented at 2008/01/05 22: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말로 at 2008/01/06 01:48
전 저런 일본 사정은 몰랐어요.저기나 여기나 그다지 다를것도 없네요.
근데 왠지 다른나라도 마찬가지일 것같은 이 느낌은;;;

딴얘기지만 대왕세종 닥본사를 못해서 너무 슬픕니다..ㅠㅜ

Commented by akachan at 2008/01/06 11:57
초코미야 / 단행본은 못 봤고요. 수록된 단편 일부를 잡지를 통해 읽어본 것이죠.^_^ 하루코이는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에 극찬 일색이더군요. 제가 못 본 나머지 단편들도 아주 괜찮은 것 같습니다.

관련된 글을 제 블로그에 쓰고 트랙백 날려봅니다.
Commented by 초코미야 at 2008/01/07 07:43
비공개님/ 하하, 저도 슬슬 귀차니즘이 발동하려던 참이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Commented by 초코미야 at 2008/01/07 07:44
말로님/ 저런, 대왕 세종 대박이었습니다. 꼭 보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초코미야 at 2008/01/07 07:45
akachan님/ 트랙백 가서 잘 읽었습니다. 몰랐던 사실도 몇가지 알게 되었고요.
Commented by gksk at 2008/01/09 21:38
스에츠구 씨의 표절 사건을 그때 실시간으로 접했습니다. 이 분 대표작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화가 된 에덴의 꽃인데요...사랑이야기지만 구성이나 스토리가 탄탄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는데...바로 표절사건이 나고 그 사건의 불쾌한 힘의 내막, 형평성의 문제 등등 문제가 많았고 아직까지 그 사건을 생각하면 참 열받습니다.
Commented by 초코미야 at 2008/01/10 00:01
gksk님/ 예, <에덴의 꽃>을 각색한 게 성유리 주연의 드라마 <어느 멋진 날>이었죠. 슬램덩크 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저도 일부러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나쁘진 않았습니다. 문제의 트레이스 부분이, 본편도 아니고 번외편에 잠시 등장하는 농구씬 두서너 컷이라는 걸 알고 좀 놀랐지만, 그래도 표절은 표절이니 처벌받는 거야 당연하다고 봤죠. 그런데 유례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매장당하고, 같은 죄를 범한 슬램덩크 작가는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표절은 범죄지만, 처벌에는 형평성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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